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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개헌은 필요하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로잡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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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4() 오후 조배숙 의원실이 주최한 동성애·동성혼 개헌논의와 한국 헌법포럼에서 개헌의 가장 큰 필요성으로 제기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치의 잘못이지 결코 헌법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이어 그는 정부형태 개헌을 기회로 삼아 특정 이념, 이익 단체들의 집단적 이익 증진을 꾀하는 개헌 항목들이 있다대표적인 악법적인 개헌항목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관화와 헌법의 양성평등 조항을 평등’, ‘성평등’, ‘성적지향조항으로 대체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헌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날 포럼에서 밝힌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로잡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치의 잘못이지 헌법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헌논의는 현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면서 이를 폐기하고 4년 중임 대통령제 혹은 이원집정제 또는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자는 정부형태 논의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선진 민주국가 중에서 우리만큼 자주 정부형태를 바꾸는 나라는 없다. 원래 재주 없는 사람이 연장 탓 하는 법이다. 정치의 잘못이 어찌 헌법 때문이란 말인가?

 

헌법은 국가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원칙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법치주의 등을 130개 조항에 담아 규정한 최고의 법규범이다. 헌법의 수많은 추상적, 개방적 원리와 원칙 조항들은 실제로 국회입법이나 관습법, 명령, 판례 등 하위 법규범이나 관행(practice), 정치문화에 의해 구체화된다. 헌법은 유지가 기본이며, 개헌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 안정과 지속성의 기본이 된다. 이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변화에 따른 헌법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헌법을 바꾸기 보다는 하위규범의 변경을 통해 헌법의 항구성과 지속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헌법적 원리, 원칙이다. 부득이하게 꼭 헌법을 변경해야할 경우에는 국회 3분의 2의 찬성과 국민투표 회부와 같은 어려운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을 제왕적으로 만드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정치문화와 제도이다. 대통령이 제왕적으로 군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로 우선 대통령의 의중을 일사불란하게 받드는 청와대 참모와 여당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이 대통령 지지 장치는 임명권과 후보 공천권에 의해 뒷받침된다. 청와대 참모진은 각 부 장관으로 구성된 행정부와 별개로 사실상의 행정부라 할 수 있다. 권력의 실제는 헌법상 행정부가 아니라 이 사실상의 행정부에 있다. 국무회의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과 지시를 받아 적기에 바쁘며, 대외적으로 대통령 대신 책임지는 역할을 할 뿐이다. 진정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고 싶다면 이 같은 정치관행과 정치문화를 바꾸고, 국회법,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하위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②'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은 존재하는가?

4년 중임 대통령제

연임이 가능한 4년제 대통령제는 과연 제왕적이지 않은 대통령제인가? 4년 중임 대통령제는 현행 5년 단임제보다 대통령 권한이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더욱이 나라 전체가 정권의 임기 연장을 위해 흔들릴 위험이 크다. 단임 대통령제는 다음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내도록 임기 내 최선을 다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원집정부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폐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안 권력 구조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집중 논의됐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외치 대통령을 선거로 뽑고 총리는 국회가 추천해 의회 중심으로 내치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원집정부제는 국회의 다수당이 내는 국무총리가 실권(행정권)을 가지므로 외교,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국정에서는 내치와 외치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더욱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정하는 장치가 없다. 여대야소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으로 인해 대통령은 더욱 제왕적이 될 것이다.

 

의원 내각책임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원 내각제의 특징은 의회의 과반수 정당이 단독으로 또는 정당들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임명한 수상이 국가를 통치하며, 내각은 의회의원들로 구성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수상은 실질적인 통치권을 보유하지만, 대체로 형식적인 국가원수는 국왕 또는 대통령이 맡는다.

 

내각책임제는 대통령의 제왕적성격은 확실히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이 당내 민주주의가 아니고 계파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정당으로 구성된 국회가 능률적인 정부를 구성해 책임정치를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구심은 1960~61년 민주당 정부의 실패 이래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개헌을 빙자한 특정 이념·이익 단체들의 특권적 이익 추구

정부형태 개헌을 기회로 삼아 특정 이념, 이익 단체들의 집단적 이익 증진을 꾀하는 개헌 항목들이 있다. 대표적인 악법적인 개헌항목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관화, 헌법의 양성평등 조항을 평등’, ‘성평등’, ‘성적지향조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헌법을 걸레로 만드는 이러한 개헌항목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회의원들과 연대한 여러 이익 및 이념단체들은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넣고, 기본권 조항과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평화적 통일조항, 영토조항, 경제조항 등 헌법 전반을 기본부터 손보도록 집요하게 활동하고 있다. 헌법 제정 시에나 전개됨직한 국가와 사회 전체를 그 기본에서부터 흔드는 개헌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번 개헌을 통해 천지개벽의 혁명을 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온 재앙들처럼 국기(國基)를 흔들고 파괴할 개헌 항목들이 헌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형태를 빙자한 개헌은 저지되어야 한다.


시기적 부적절성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안보위기, 발전의 동력을 상실한 경제위기 극복의 급박한 당위성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은 개헌을 위해 국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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