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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조기 남북정상회담 개최설 왜 끊임없나

한반도 상황을 바꿔놓을 '위험한 빅카드'…전작권 전환과 맞물릴 경우 '재앙'


최근 중앙일보가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지금 상황에서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김정은의 군축과 평화공세라는 얘기였다. 일테면 내년 1월 핵무장 완성 선언과 함께 남북한 동시 군축 제안은 물론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해올 경우 우린 어떻게 대비할까를 그 기사는 점검했다.


꽤 공들여 쓴 '대화보다 대남평화공세에 대비할 때다'란 그 기사(18일자 30면)는 그러나 맥을 제대로 짚은 건 아니다. 시야도 좁다. 내 판단으론 훨씬 강력하게 한반도 상황을 바꿔놓을 '위험한 빅카드'는 따로 있는데, 그게 조기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다. 남북정상회담은 북은 공세를 취하고, 남은 대응하는 그런 대립적 구도가 아니다. 남북이 함께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공식 발표의 타이밍을 못 잡았을 뿐 연말 연초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는 큰 변수로 관측된다.

올해 내 성사는 사실상 어렵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기류가 주춤한 지금 서울발 대화·협상론이 고개를 들면서 대북특사 파견설이 나오고, 당국회담 재개나 인도 지원 주장도 이어지지만, 그건 모두 곁가지다. 궁극으론 조기 남북정상회담으로 귀결된다고 봐야 한다. 새삼 놀라고 뭐고 할 게 없다. 이른바 신 베를린선언을 했던 지난 7월 초 대통령의 입으로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직접 했던 걸 우린 기억한다.

그 한 달 뒤 인도네시아에게 남북정상회담 주선을 요청해 놓았다고 청와대가 별도로 밝힌 바도 있다. 대통령 입으로 제안하고, 제3국에 회담 주선을 요청한다는 건 분위기 조성용이 아닐까? 그런 공식 움직임과 별도로 남북 핫채널을 가동해 조율 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 타이밍은 이미 몇 차례 있었다. 지난 6월 이른바 6.15공동선언 17주년, 8.15 광복절 연설이 그 때였는데, 북핵 위기가 워낙 만만치 않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때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10.4선언) 10주년 때도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건너 뛰었다.

필자가 확인한 정보로는 10월 14일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D데이였다. 추석 연휴 직전 일정을 발표해 분위기를 띄운 뒤 일테면 2박3일 평양 방문 일정으로 회담을 치를 경우 현정부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게 무산됐다는 걸 무얼 의미할까? 한반도 상황이 그걸 받쳐주지 않고 있고, 남북간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올해 내 성사는 물 건너간 셈이다.

11월 초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등이 물려있어 그걸 허용치 않겠지만, 기회는 내년 상반기에 잔뜩 있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남북관계 돌파구를 명분으로 한 건하고 싶은 욕구를 문재인 정부는 참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의 또 한 번 좋은 타이밍이다. 김대중-노무현 정상회담 때 불었던 열풍이 재연된다면 6월 지방선거 압승까지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상황에서 우린 물어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채 안되고, 한반도 정세가 이렇게 유동적인 상황에서 왜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이렇게 끊임없는 것일까? 그래야 핵과 ICBM 개발로 인한 긴장을 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저들은 확신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는 게 매우 정상적인데, 그건 북한이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기 직전의 지금 상황은 예전 김대중-노무현 때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과 맞물릴 경우 '재앙'

상식이지만, 핵무기 앞에서 무장해제 상태인 한국은 현재 '전략적 피그미'다. 이런 상태에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흡수통일하기는커녕 외려 먹혀 버리고 마는, 기막힌 역전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는 것은 사실상의 국가자살 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조기 남북정상회담은 이른바 운동권 NL(민족해방) 마인드에 따른 조급증의 표현일뿐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국제환경도 안 좋다. 그건 탈미(脫美) 친중(親中) 종북(從北)으로 치닫는 지름길일 수 있다. 노파심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이미 공언했고,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전작권 전환 움직임과 연동할 경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 해체→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게 조기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릴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에 재앙을 뜻한다. 정말 큰 걱정은 이른바 연합제-연방제 통일로 가는 분위기를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할 경우다. 김대중은 17년 전 한국의 연합제안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다고 봤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김정일과 합의한 바 있다.

놀랍게도 연합제-연방제의 세부안도 마련돼 있다. 문 대통령은 6월 초 남북경제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 그 직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는데, 이 모든 게 새로운 남북관계 모색이란 큰 그림과 연관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어쩌면 이게 새 정부가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의 완성을 뜻할 수 있다.

김대중은 집권 3년차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노무현은 퇴임 4개월을 앞두고 겨우 치뤘다. 두 정부를 잇는 제3기 민주정부를 자임하는 이 정부는 임기 초반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그들이 말하는 개혁을 완성시키려는 강력한 충동을 갖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한국사회 분위기다.

연말 연초에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될 때 17년 전 김대중의 평양 방문 당시에 못지 않은 대대적 환영의 물결이 일고, 남북 유착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말로만 제1야당인 허깨비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반대와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 죽은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모두 기대난이다.

조중동-지상파를 포함한 언론환경 역시 기울어진 운동에서 벗지 못하고 있으며, 이 나라 국민들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은 거의 실종 단계라는 게 냉정한 분석이다. 그래저래 1년이다. 조기 남북정상회담도 1년 내외에 가시화될 것이고, 북핵과 ICBM 실전배치라는 최악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운명은 여전히 안개속이고, 지옥의 문 앞을 서성대고 있다.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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