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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한국인 마음에 똬리 튼 공산주의란 악령

특정인·특정세력 떠나 조선시대 이래 역사적 DNA, 이승만-박정희가 없앤 나쁜 유산, 내년이 부활 기점

눈귀를 틀어막고 싶지만, 그런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평양 원정 출산 기록 보유자인 황선(전 민노당 부대변인)이 최근 북한 김정은을 세종·이순신에 비유해 찬양했다. 그의 활동은 "나랏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라던 백두칭송위원회의 활동과 연계돼 있다. 며칠 전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의 김정은 찬양도 가관이었다. 이제 종북병(病)은 몇몇 운동권 출신만이 아니고 사회 전체에 암덩어리로 자리 잡았다. 구조적인 종북병을 진단하는 칼럼 '종북에 귀신들린 한국, 한국사회'를 상하 두 차례로 내보낸다. [편집자 주]

[연속 칼럼] 종북에 귀신들린 한국, 한국사회-下
 
  
"공산주의는 콜레라와 같다. 인간이 콜레라와 타협할 순 없다"고 유명한 발언을 한 건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 공산주의란 절대악(絶對惡)이었지만, 그에 앞서 공산주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했던 이는 우남보다 10년 연상인 좌옹(佐翁) 윤치호(1865~1945)다.

근현대사 100년에 등장한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 하나를 꼽으라면 내겐 단연 좌옹인데, 그의 공산주의 비판은 1917년 인류사에 첫 등장한 좌익혁명인 러시아 볼세비키혁명을 관찰해 내렸던 결론이다. 소비에트체제가 반드시 실패한다는 예견도 그때 했다. 그래서 윤치호는 한국 보수주의사상의 아버지이며, 한국의 에드먼드 버크로 유감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했던 말 중 유심히 경청해야 할 대목은 "조선은 옛적부터 공산주의를 해왔다"는 발언이다. 이유는 쉽고 명쾌하다. 조선인들은 근대적 개인으로 홀로 서기를 하려 하지 않고, 먹고 살만한 친인척이나 마을 공동체에 얹혀 살아왔던 썩 고약한 전통이 있다는 지적이다.

볼셰비키는 그런 계급독재를 노동자·농민 무산자의 권리로 만들어놓았다는 말까지 좌옹은 덧붙이고 있으니 거의 100년 전 놀라운 성찰이 아닐 수 없다. 풀어서 말하면, 근대 이전 우리역사에서는 사적(私的) 자치의 주체로서의 '자유로운 개인'이 없었다. 그러니 그런 자유로운 개인 사이의 협동적 질서로서의 사회와 시장의 발달도 없었다는 게 윤치호의 문제의식이다.

사실 주자학의 이상향은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아니던가? 대동사회란 차별 없고 대도가 이루어지는 곳인데, 그래서 유교는 유사(類似) 공산주의로 분류할만 하다. 중국-베트남도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네처럼 쩔고 또 쩔었던 건 아니니 조선은 역사문화적 토양 자체가 공산주의 친화형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치호의 발언이 나왔을텐데, 문제는 만일 그가 되살아난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어떻게 볼까? 잠시 주춤하던 공산주의 물결이 결정적으로 높아가고 있다고 크게 개탄할 것이다. '백두칭송위원회', '김정은 환영단'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 변수가 없더라도 남한 만의 공산화 추세가 무슨 대세인양 진행되어 간다고 지적할 것이다.



윤치호나 나만의 판단이 아니다. 그걸 적절히 지적한 게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인데, 이미 첫 단추를 꿴 보편복지 혹은 무상화 단계가 시작이다. 곧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것이 무상으로 공급되면서 결국 수요 폭발과 공급 부족을 낳게 된다. 그게 제2단계인 배급제, 국유화로 이어진다.

이윽고 사람들은 점점 더 게을러지고 경제가 멈춰 설 즈음 등장하는 게 피치 못할 세 번째 단계인 강제노동이다. 멈춘 경제를 돌리려면 강제노동밖에 방법이 없으며, 그때 국민은 국가의 노예로 전락한다. 우리가 그토록 경계하던 공산주의 악령의 완벽한 부활이다. 좌옹 윤치호와 우남 이승만이 절대악이라고 지적했던 공산주의 컴백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는 박정희 이후의 기적적인 성취감 혁명을 잊기로 작심했고, 그 결과  한반도의 토양인 유사 공산주의로 회귀하는 것일까? 일본 정치학자 다나카 메이가 "박정희 18년, 전두환-노태우 12년의 총합이 30년인데, 이 기간은 한국사 진행과정에서 예외적 시기였다"고 말했다는 걸 염두에 둬보라.

우린 그런 예외에서 벗어나 오랜 전통으로 컴백하는 중인데, 그걸 상징하는 게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다. 그 수상쩍은 캐치프레이즈야말로 유사 공산주의이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고약한 상황에서 나는 내년 한 해를 이 나라 역사의 결정적 분수령으로 파악하고 있다.

왜 내년인가? 내년 한 해 예상되는 무서운 경제위기 속에 이게 북핵 위기 등과 합쳐져 복합 위기를 낳으면서 정치권과 국민이 더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 더욱이 3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가 순항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앞의 선택지는 이렇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에 취해 살다가 한걸음 더 내딛어 공산주의 배급제란 급행열차를 갈아탈 것인가? 그건 북한 등 외부세력에 의한 적화가 아니라 자발적 적화, 사실상의 적화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 흐름을 뒤엎는 위대한 대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대반전을 만들어낼 정치세력이 우리에게 없다.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일갈하며 영국병을 치유했던 전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 같은 위대한 선포를 할 용기와 배짱 있는 지도자도 없다는 걸 우리가 잘 안다. 마침 생각나는 게 해방 직후 1946년 미 군정청에서 새나라의 이념과 체제를 놓고 물어봤던 여론조사다.

그때 자본주의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14%인 반면 좌익 이념-체제에 대한 선호가 77%(사회주의 70%, 공산주의 7%)를 차지했다. 그래서 새삼 묻는다. 한국인에게 좌익은 체질인가? 한국인에게 똬리 튼 '붉은 DNA'는 내년을 기점으로 부활하는 것인가? 질문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순 없다. 정면에서 묻고 용기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게 내년 우리의 몫이다.

사실 이승만은 우리의 '좌익 DNA'를 제거해놨다. 해방 직후 이른바 남북정치협상을 통해 공산혁명 체제로 갈 판에 이승만은 인류보편의 자유민주주의 깃발을 들었다. 때문에 우린 자유민주주의의 수혜자인데,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공산주의 망령에 사로잡히는가? 그걸 되물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종북 확신범 황선이나, 백두칭송위원회를 비판하고, 김정은 찬양쇼를 한 KBS를 때렸지만, 실은 너와 나를 가릴 때가 아니다. 종북병-종북암은 한국사회의 마음과 뇌수를 점령했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내년 한 해를 맞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마치 귀신들린 듯 우리에게 달라붙은 공산주의 악령이 우릴 놓아주질 않을 것이다. /조우석 언론인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12월 21일자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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