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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뒤틀린 '운동권역사관' 바로 잡을 최선의 해독제

양동안 교수 새 책 <건국전후사 바로 알기> 펴내
분단 책임, 친일파 논란 등 16개 쟁점 완전 정복

정치학 쪽 국내 저술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진부한데다가 내용이 서양 정치학에 대한 각주 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은 인문사회과학이 모두 그러한데, 조선시대 이후 우린 중국 주자학에 각주 달고 해설하는 걸 학문이랍시고 착각해온 훈고학(訓詁學)의 전통에 갇혀 산다.


이 땅의 정치현실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정치학? 그런 실사구시적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고, 애국적 성향은 더욱 언감생심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개갈 안 나는', 즉 마뜩찮고 시원한 맛이 없는 게 정치학인데, 멀리 갈 게 없다. 지난해 고인이 된 정치학자 차기벽(1924년생) 교수의 옛 책 <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도 그 경우인데, 몇 해 전 버젓이 복간(復刊)까지 됐다.

본래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출간했던 그 책을 두고 "30년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민주주의론의 교과서"란 찬사를 보내던데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왜? 민주주의 원론에 대한 강조만큼 중요한 게 폭민(暴民)정치로 치닫고 있는 이 나라 현실에 대한 성찰과 경고가 아니겠는가?

그 힘든 작업을 정치학의 사촌인 국제정치학의 원로 노재봉(83) 교수가 김영호 교수 등 제자들과 함께 해주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그 결과물인 <한국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북앤피플, 2018년), <정치학적 대화>(성신여대 출판부, 2017년) 등이 소중한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오염 벗어나기
 

문제는 그게 좀 내용이 고답한데 그런 한계를 메워줄 훌륭한 저술이 정치학자 양동안(75) 교수의 손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어 경이롭다. 동시대를 이런 학자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인데, 그가 보석 같은 새 책을 펴냈다. <대한민국 건국전후사 바로 알기>란 책인데, 대추나무란 출판사에서 얼마 전에 나왔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해독제다.


그동안 좌빨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책을 통해 오염시켜온 대한민국 현대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뿐이냐? 그 비슷한 운동권 책들로 1980년대가 도배되지 않았던가? 이제는 그런 편향된 시각이 중고교 국사교과서에 녹아있다.

나는 그걸 지식과 정보 오염이라고 표현해왔고, 방사능 낙진(落塵)이상으로 해롭다고 경고를 반복해왔는데, 왜 그럴까? 좌파들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는 인식에 충실하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이고, 북한은 친일 청산 위에서 세워진 깨끗한 나라라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사실에 불과하다. 

양 교수는 이걸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즉 대한민국 건국에 앞장서온 건국주도세력이 정말로 친일파였을까를 실증적으로 점검해보이는데, 일테면 건국 주도세력은 이승만과 독립촉성국민회(독촉)으로 불리던 세력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한국민주당이었다.

그래서 물어봐야 한다. 이승만이 친일파였던가? 그가 반일 독립운동의 최고봉이었고, 건국 이후엔 반일노선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친일파란 소리는 택도 없다. 그렇다면, 독촉이 친일파였던가? 그것도 아니다. 독촉 지도부는 이시영, 오세창, 신익희, 이청천 등 저명한 민족독립운동가들로 구성됐다. 그렇다면 친일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 한민당 뿐이다.

그 당을 두고 극우라고 하는 건 공산당의 상투적 정치적 공격이라서 무시해도 된다. 즉 건국 전후에 한민당은 한마디로 처음부터 우익진영의 통합정당을 지향했다. 그래서 김병로 조병옥 등이 주도한 조선민족당이 한 갈래였고, 허정 윤치영 등이 주도한 한국국민당이 또 한 갈래다.

여기에 동아일보 계열의 송진우 김성수 등 우익진영 3개 계파가 통합해서 한민당을 만들었다. 창당을 주도한 이들의 면면은 한마디로 민족지사란 공통점이 있다. 이점 너무도 분명하다. 더욱이 한민당 지도부에는 분명하게 친일파로 규정될 만한 인사들은 참여조차 못했다. 창당 때 '친일파를 배제한다'는 엄격한 인선 원칙 때문이다.

때문에 양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한민당은 친일파들의 정당이 아니라 일부 소극적 친일경력자들을 내포했지만 엄연히 민족지사들의 정당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나라 건국 주도세력이 친일파가 아니란 증거는 또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느슨한 내전'

건국 주도세력은 새로 세울 나라의 정당성 훼손을 막기 위해 친일파의 참여를 배제했으며, 그것을 첫 제헌의회 선거였던 5·10선거에 아예 법 조항으로 반영했다. 친일파의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까지 박탈한 결과 친일파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으며, 투표할 권리마저 빼앗긴 것이다. 이게 바로 정답이고, 이걸 음미해보면 좌파들의 공격을 얼마든지 무찌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분단된 것도 결국은 소련 때문인데, 거꾸로 미국 탓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도 수두룩한 것을 이 책은 정확한 사실을 동원해 양동안 교수는 바로 잡아주고 있다. 그런 게 한둘이 아니다. 1948년 4월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치협상도 그러하다.

남북정치협상은 김구가 먼저 제안한 것이고, 김구는 민족의 분단을 방지하려는 숭고한 정신에서 남북협상을 제의했으니 이승만이 남한에서의 총선거를 강행하는 바람에 분단되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그간의 통념이다. 모두 잘못이다. 남북정치협상은 북한의 김일성이 먼저 제안했다. 왜? 한국문제의 유엔총회 상정을 반대하기 위한 고도의 장난질이었다.

그렇게 이 책에는 대한민국이 친일파의 나라인가 등 16개 꼭지에 걸친 실증적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놀란 것인데, 이렇게 많은 것을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고, 그게 모두 좌파 운동권의 악영향 때문이구나하는 점을 재삼 확인할 것이다.

386운동권의 악영향을 벗어날 최선의 해독제가 바로 이 책 <대한민국 건국전후사 바로 알기>란 조금 전 판단은 그 때문이다. 그런 양 교수는 2년 반 전에도 귀중한 평론서를 펴낸 바 있다.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인영사)가 그것인데, 그 책의 명제는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느슨한 형태의 내전이 진행 중이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내전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세력과 수호하려는 세력 간에 전개되고 있다는 진단은 썩 구체적이다. 박근혜 탄핵이 그 내전의 첫 전투였고, 두 번째 전투인 대선을 거쳐 대선 후에는 '적폐청산' 혹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입법 투쟁이라는 세 번째 전투로 진행 중이다.

그리고 대북한 정책을 둘러싼 네 번째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가슴 철렁한 경고였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가 맞는 소리다. 양 교수의 명문인 1987년도 글 '우익은 죽었는가?'도 그 책에 재수록돼 있다. 그렇다. 양동안 정치학은 현대정치사와 현실정치 분석에서 모두 빛난다. 우리가 원해왔던 실사구시 정치학의 학풍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최근 하나 놀란 게 있다. 필자인 나만 그 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책 중 이미 고전 반열인 <사상과 언어>(2011년 북앤피플)와 <대한민국 건국사>(1998년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등 두 권은 헌책방에서 각각 5만 원 내외에 거래된다고 한다.

나라가 휘청대는 시대, 그래도 눈 밝은 이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고, 그들이 양 교수 책을 펴고 다시 읽고 있는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차기벽 교수의 책만 복간할 게 아니다. 여전히 뜨겁고 동시에 환영 받는 양동안 교수의 옛 책들도 이참에 새 옷을 입고 등장하길 바란다. /조우석 언론인
 
[이 글은 미디어펜(http://www.mediapen.com)의 10월 15일자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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